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점차 대중화되며 기업들은 웹사이트를 새로운 홍보 및 비즈니스 수단으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등장한 '웹에이전시'는 단순한 홈페이지 제작을 넘어, 기업의 온라인 정체성과 디지털 전략을 설계하는 전문 조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웹에이전시란 무엇인가?
웹에이전시(Web Agency)는 웹사이트의 기획, 디자인, 개발, 유지보수 등 웹 관련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당시 웹에이전시는 기술력은 물론, 디자인 감각과 콘텐츠 구성 능력을 겸비한 ‘디지털 종합 제작소’의 역할을 했습니다.
대표적 사례: 클릭커뮤니케이션(Clic Communication)
클릭커뮤니케이션(또는 클릭컴뮤니케이션)은 1996년 4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강기천 대표에 의해 설립된 국내 최초 세대 웹에이전시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 대중화 초기, 기업들의 온라인 진출 수요 증가에 발맞춰 웹사이트 구축 전문 기업으로 출범했습니다.
기획력과 디자인 감각, HTML·CGI·Flash 등 다양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클릭커뮤니케이션은 단순 제작을 넘어 디지털 브랜딩, 콘텐츠 전략, 기술 융합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 1996년: 기아자동차, 현대그룹 등 주요 기업 사이트 개발
- 1997년: MBC, 한국통신 등 대형 프로젝트 수행
- 1998년: 박세리 공식 홈페이지 포함 18개 웹사이트 제작
- 1999년: 법인 전환 및 China.com으로부터 100만 달러 투자 유치
- 2000년: 미국·중국·일본에 해외 지사 설립,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특히 중국 China.com의 전략적 투자는 국내 웹에이전시 최초 사례로, 당시 업계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클릭커뮤니케이션은 2000년대 초까지 10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국내 디지털 산업 성장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출처: 1999년 7월, SK텔레콤 TTL 홈페이지 (제작: 클릭커뮤니케이션)
출처: 2000년 4월, 온세통신 홈페이지 (제작: 클릭커뮤니케이션)
출처: 2000년 5월, 대우자동차 사이버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 클릭커뮤니케이션)
웹에이전시의 핵심 역할
1. 디지털 브랜딩
웹사이트는 기업의 첫인상이자 온라인상의 얼굴이었습니다. 로고, 컬러, UI/UX 디자인 등을 통해 기업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2. 기술 융합 역량
HTML, CGI, JAVA, Flash 등 다양한 기술을 다루며,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을 웹에서 구현했습니다. 또한 DB 연동, 스트리밍, 보안 솔루션 등도 웹에이전시가 함께 설계했습니다.
3. 통합 마케팅 서비스
인터넷 마케팅이 등장하면서 웹에이전시는 배너 광고, 이메일 마케팅, 온라인 캠페인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릭커뮤니케이션은 해외 제휴를 통해 글로벌 마케팅도 수행했습니다.
왜 웹에이전시가 중요했는가?
이 시기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적으로 웹팀을 운영하기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웹에이전시는 전문성을 외주로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되었고, 웹사이트 구축부터 유지보수까지 전체 생애주기를 책임졌습니다.
웹에이전시의 유산
1990년대 후반의 웹에이전시는 오늘날 디지털 에이전시, 마케팅 대행사, IT 컨설팅으로 분화되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초기 작업은 인터넷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으며, 디지털 전환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웹에이전시의 기술적 이슈
1.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
웹 표준이 정착되기 전이라 각 브라우저(IE, Netscape 등)의 렌더링 방식이 달랐습니다. 동일한 HTML/CSS 코드가 브라우저마다 다르게 보였고, 웹에이전시는 이를 감안한 브라우저별 맞춤 코딩을 해야 했습니다.
2. 정적 페이지 vs 동적 콘텐츠
초기에는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정적(Static HTML)이었지만, 사용자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보여주는 동적 페이지(Dynamic HTML, CGI, ASP, JSP 등)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이를 위해 백엔드 개발 기술과 DB 연동 역량이 필요했습니다.
3. 느린 통신 속도와 이미지 최적화
대다수 사용자가 전화 접속(모뎀)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던 시기여서 페이지 로딩 속도가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GIF, JPEG 이미지의 압축률, 사이즈 최적화, 프레임 분할 등이 고려되었으며, 영상·오디오 콘텐츠는 기술적 제약이 컸습니다.
4. 보안 기술의 미성숙
웹 보안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SSL(보안 프로토콜)의 적용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특히 전자상거래, 고객 로그인, 이메일 서비스 등에서는 기본적인 데이터 암호화, 접근제어, 방화벽 기술의 도입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5. 서버 성능과 로드 분산
대규모 사용자 수요를 처리할 수 있는 웹서버, DB서버, 메일서버 등의 이중화 및 로드 밸런싱 기술이 중요해졌습니다. 이 시기에는 Unix 기반 서버와 Oracle, Informix 같은 상용 DBMS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6. 콘텐츠 관리의 비효율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이 정형화되지 않았던 시기라 콘텐츠 업데이트가 수작업 기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대형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프로젝트에서는 HTML 파일 수백 개를 직접 수정해야 하는 작업이 반복됐습니다.
7. 개발 도구 및 협업 환경 부족
Dreamweaver, FrontPage 같은 툴이 초기 단계였고, 버전 관리 시스템(SVN, Git 등)도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팀 단위 개발 시 버전 충돌, 백업 누락, 디버깅의 어려움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8. 미들웨어 및 서버사이드 기술 부재
JSP/Servlet, ASP, PHP 같은 서버사이드 언어가 막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Java 기반의 미들웨어(WebLogic, WebSphere)는 고가였고, 이에 대한 기술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해 프로젝트 리스크가 컸습니다.
9. 표준 부재로 인한 기술 의사결정의 어려움
XML, SGML, JavaScript 등 다양한 기술이 혼재했으며, 웹 표준화(W3C)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어떤 기술을 선택해야 할지, 유지보수의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10.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현의 제약
당시 동영상, 음악, 애니메이션 등 멀티미디어 구현은 Flash, RealPlayer, ActiveX 등 플러그인에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환경별로 플러그인 설치가 어려워 접근성 문제와 유지보수 부담이 뒤따랐습니다.
